직업 탐구/희귀한 직업

사라져 가는 희귀 직업들, 이제는 역사 속으로?

myfirstnote 2025. 3. 28. 00:51

우리는 매일 기술이 바꾸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수많은 직업이 탄생하는 동시에, 조용히 사라져 가는 직업도 있다. 특히 수백 년간 존재해왔던 전통적이고 희귀한 직업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글에서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사라져 가는 희귀 직업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지금은 명맥만 이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직업들의 현재와 위기 상황을 함께 살펴본다.

1. 활자 조판사 – 금속 활자 시대의 장인

인쇄소에서 금속 활자를 손으로 조립해 책이나 신문을 인쇄하던 ‘활자 조판사’는 과거 출판 산업의 핵심 인력이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활자 틀에 맞게 배치하고 정렬하는 이 작업은 섬세한 손놀림과 오랜 경험이 요구되었으며, 미적인 감각도 중요했다. 디지털 출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직업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현재는 박물관이나 특수 공방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간혹 전통 인쇄 교육이나 문화재 복원 목적의 작업에 참여하지만, 신규 인력 유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 물 지게꾼 – 골목길에 물을 나르던 사람들

수도 시설이 보편화되기 전, 집집마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해주던 ‘물 지게꾼’은 도시 생활의 필수 노동자였다. 이들은 샘이나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등짐으로 나르며 하루를 보냈고, 더운 여름에는 얼음을 함께 배달하기도 했다. 도시화와 함께 사라졌지만, 일부 전통문화 체험 마을이나 촬영 현장에서 물 지게 운반을 재현하는 장면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실제 직업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3. 제독사 – 바람을 읽고 돛을 설계한 항해 장인

선박의 항해를 돕기 위해 돛을 재단하고 수선하는 전문가인 ‘제독사’는 과거 해양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직업이다. 배의 구조와 항해 방식, 바람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돛을 설계하는 고도의 기술직으로, 군함부터 어선까지 다양한 배에 맞춤형 돛을 제작했다. 현재는 일부 소수 전통 선박 복원 프로젝트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계자 양성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술 전수가 멈추는 순간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라져 가는 희귀 직업들, 이제는 역사 속으로?

4. 거리 사진사 – 길거리에서 삶을 기록하던 이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거리 사진사’들이 있었다. 공원, 기념비 앞, 놀이공원 등에서 삼각대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손님을 기다리며,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현상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관광지 일부에서 복고 콘셉트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수익성이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질적인 직업군으로 보기 어렵다. 몇몇 고령의 장인들만이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5. 석탄 배달부 – 연탄과 함께 사라진 그림자

한국 사회에서 1970~80년대 겨울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는 ‘연탄’이었다. ‘석탄 배달부’는 등에 무거운 연탄을 짊어지고 좁은 골목과 계단을 오르며 하루 수백 장씩 배달했다. 지금도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있어 극소수의 석탄 배달부가 활동 중이지만, 고령화와 수요 감소로 인해 이 직업은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연탄은행 등에서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 전화 교환원 – 사람을 연결하던 시대의 안내자

자동 전화 시스템이 나오기 전에는, 전화 한 통을 걸기 위해 교환원에게 번호를 말해야 했다. ‘전화 교환원’은 사람과 사람을 물리적으로 연결해주는 중계자였으며, 고객 응대와 빠른 손놀림, 정확한 기억력이 요구되었다. 현재는 몇몇 호텔이나 관광지에서 콘셉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남아 있을 뿐, 산업적으로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7. 노점 활어 장수 – 살아 있는 생선을 어깨에 짊어지고

시장이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살아 있는 생선을 판매하던 ‘노점 활어 장수’는 한국 어촌과 도시 시장의 상징적 존재였다. 어깨에 커다란 물통을 메고 생선을 들고 다니며 외치던 이들의 모습은 이제 일부 지역 축제나 방송 프로그램 속에만 등장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수산 시장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밀려났으며, 생존을 위해 업종 전환을 한 경우가 많다.

8. 타자수 – 키보드 이전, 속도로 승부하던 전문가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 공식 문서나 계약서 작성에는 전문 타자수가 필요했다. 타자수는 타자기를 이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문서를 작성했으며, 회사, 공공기관, 법률 사무소 등 다양한 곳에서 필수 인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행사나 드라마 세트에서만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마지막 세대 타자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9. 수제 종이 제작자 – 전통 한지를 잇는 손끝의 기술

수제 종이 제작자는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뜨고 말리는 전통 기술자이다. 한국의 한지, 일본의 와시, 중국의 셴즈처럼 고유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종이는 보존성, 질감, 내구성 면에서 일반 종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값싼 산업용 종이가 범용화되면서 수제 종이 제작 수요는 급감했고, 현재는 문화재 복원이나 예술 용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익힌 장인의 수도 적고, 후계자도 드문 편이라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인 귀중한 직업이다.

10. 수제 붓 장인 – 전통 필기 도구의 마지막 계승자

수제 붓 장인은 전통 방식으로 필기용 붓을 제작하는 전문가로, 주로 서예가나 전통 공예품 수요에 맞춰 붓을 만들고 있다. 붓털의 재료 선택부터 손잡이 조각, 먹물의 흡수력 조절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기계화된 공산품 붓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소수 장인은 장인의 손맛과 예술적 가치를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 붓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나 공예 박람회에서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체 장인 수는 급격히 감소 중이며 젊은 후계자도 드물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직업 중 하나다.

 

이러한 사라져 가는 직업들은 아직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잊혀지고 있다. 이들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생겨났고,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기술과 환경 변화에 따라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이유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와 노동의 변화 속에서 어떤 가치가 잊히고 있는지를 되새기기 위해서다.